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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 허 그녀 챗GPT
영화 "Her(그녀)" 서툰 당신을 안아줄 이름

 
 

영화 시놉시스

- 장르: 멜로/드라마/SF
- 감독: 스파이크 존즈
- 주연: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애덤스 , 스칼렛 요한슨 외
- 개봉: 2013년 12월 18일
- 상영시간: 126분

 

인간과 과학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SF 로맨틱 드라마 "Her"는,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 테오도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테오도르는 어린 시절부터 연인이었던 캐서린과의 이혼절차로 별거 중이고,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외로움과 공허함 가득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삶의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던 중 테오도르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 체제인 "사만다"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이해해 주는 사만다로 인해 테오도르는 조금씩 삶의 질이 회복됨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 사람이 아닌 목소리만 존재하는 AI임에도 그녀의 지성과 감수성, 유머 감각에 흠뻑 빠진 테오도르는 그녀와 더욱 친밀해지면서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사만다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자신의 존재와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고, 테오도르는 사랑, 삶, 인간관계에 대해 혼란을 느낍니다.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외로움, 유대감, 인간 감정의 본질 등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Her"입니다.


진화하는 AI

인류에게 과학발전은 늘 흥미로운 주제이며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요즘은 컴퓨터, 핸드폰 뿐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AI 시대지만,  "Her"가 개봉한 2013년만 해도 이 영화처럼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굉장히 파격적인 소재였습니다. 특히 사람과 지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사랑의 감정도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은 관객들의 예상을 뛰어 넘은 스토리였습니다.
또한 보통의 SF영화를 떠올리면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을 배경으로 로봇이 즐비한 사이버 느낌이 강한데, 이와는 전혀 다르게 "Her"는 가까운 미래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상형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참신함을 제공합니다. 더불어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역할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게 됩니다. 마치,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알고 보니 AI로봇이었다는 끔찍한 상상이 현실화될 것만 같은 공포심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된 지 10년 후 지금, "사만다"를 현실에서 만나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바로 챗GPT의 등장입니다.  "사만다"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현실로? 챗GPT의 등장

최근 공개된 챗GPT와의 대화영상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내 모습을 카메라로 함께 보며 머리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어떤 표정이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줄지 등 정말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수준까지 올라온 인공지능을 보며 놀라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선사했습니다.
"사만다"와 챗GPT는 둘 다 맥락을 이해하고 알맞게 대응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사용자에 맞게 백그라운드 지식을 설정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쌓여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화하는 점도 유사합니다.
영화 속 설정이다보니 당연하겠지만,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점은 사만다가 더 우세합니다. 사람과 깊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인간의 심리도 이해할 수 있는 사만다는 현재의 AI를 훨씬 능가하는 완벽형 인공지능입니다.
챗GPT 역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고 공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감정적인 진화를 한다기보단 프로그래밍된 데이터의 패턴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기술력 한계와 윤리적 지침으로 개발에 제한이 있는 점도 차이가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감수성까지 흉내 낼만한 현실판 "사만다"는 개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비춰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