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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유작 영화 정이
강수연의 유작이 된 영화 <정이>

 

강수연의 "배우로서의 삶"

1966년생인 대한민국의 여배우 강수연은 삶 자체가 배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1969년, 3세의 어린 나이에 영화로 데뷔하고 후에 TBC 전속 아역배우로 발탁된 그녀는 1980년대 초반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통해 하이틴스타로 주목받으며 큰 인기를 얻은 후 영화계의 선두를 이끄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뛰어난 연기력과 카리스마, 아름다운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오랜 기간 동안 빛나는 존재였습니다.

특히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 "씨받이"가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으며 1987년 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때부터 강수연의 수식어에는 '월드스타'가 늘 따라다니게 되었고 이 밖에도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 등에서 여우주연상 10관왕을 달성했습니다.

1992년 영화 <그대안의 블루>를 통해 한국 연예계 최초로 억대 개런티를 받은 여성 연예인으로 등극하였는데 그 당시로는 엄청난 파격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대표작 중 하나인 드라마 <여인천하>에서도 회당 출연료 500만 원을 돌파한 최초의 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배우로서의 강수연은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또한 강수연은 연기자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자선 단체와 환경 보호 운동 등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기여했습니다. 사생활 논란도 거의 없이 연예인의 '연예인'으로 존경을 받으며, 오로지 배우의 길을 걸었던 그녀는 사망 2주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관객들에게 그리움과 함께 회자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사망소식과 사망원인

2021년에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 출연소식을 알리며 약 10년 만에 장편 상업영화로 복귀하였으나 2022년 5월에 급작스런 사망 소식이 들려오며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미 2022년 들어서 건강이상이 생겨 병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5월 5일 오전에 두통으로 본인이 직접 119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구급대가 출동했으나 본인이 병원 후송을 원하지 않아 철수했는데 결국 오후 5시 이후에 심정지 상태로 가족에게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응급실로 이송되어 뇌출혈을 진단받고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보며 치료에 들어갔지만 이미 심정지로 인해 뇌손상이 발생하여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족들도 수술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강수연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영화계 인사들이 그녀의 회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다르게 5월 7일 오후 3시경, 의식불명 상태에서 급격히 악화되어 회복하지 못한 채 향년 5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인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알려졌습니다.

이 날은 우연찮게도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지막 날이었고, 폐회식에서는 강수연의 부고를 알리며 다함께 명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이렇게 그녀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처럼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 뇌출혈이란 뇌동맥류나 외상에 의해 뇌혈관 벽의 약한 부분이 파열되어 내출혈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혈액이 뇌 조직에 압력을 가해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며 뇌사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병이며 생존하더라도 뇌 손상이 심해 상당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작이 된,10년만의 복귀작 <정이>

- 개봉: 2023년 1월 20일

- 감독: 연상호

- 주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외

 

2194년,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인류는 지구를 떠나 우주로 이주하기로 결정합니다. 지구와 달 사이에 거주 가능한 쉘터 80개를 수십 년에 걸쳐 만들고 이주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3개의 쉘터에서 반란이 일어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아드리안 자치국이라 선언하고 공격을 시작하여 지구와의 전쟁이 무려 40년 동안 이어지게 됩니다.

오랜 전쟁 속에서 전설적인 전쟁영웅 "윤정이"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폐암으로 고통받는 어린 딸의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했지만 결국 단 한 번의 작전 실패로 인해 식물인간이 되어버립니다.

남겨진 딸의 치료비와 학비, 생활비 때문에 어쩔수 없이 가족들은 "윤정이"의 C타입 뇌복제(한 번의 복제로 인격체 대우를 받는 A, B 타입과 다르게 C타입은 계속해서 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인격체로 인정받을 수 없다)에 동의하게 되고 AI 개발 회사인 크로노이드 연구소에서는 기나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최고의 용병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로봇 개발을 시작합니다.

시간이 흘러 35년 후, "정이"의 어린 딸 "서현"은 성장하여 이 프로젝트의 연구팀장이 되었습니다. 서현은 엄마를 영웅으로 남기고 싶어 연구에 참여하지만 계속되는 잔혹한 실험과 실패로 프로젝트가 종료될 위기에 처합니다. 또한 "윤정이" 역시 폐기될 상황에서 서현은 정이를 구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영화 자체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강수연, 김현주 두 배우의 연기력에는 큰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또한 AI 시대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로봇이 가질 수 없는 감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강수연이라는 대배우의 존재는 복제없이도 영화 속에서, 그녀의 1주기 추모전 타이틀처럼 "영화롭게 오랫동안" 늘 살아 숨 쉬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